눈을 깜빡일 때마다 까끌까끌하고 모래 한 알이 들어간 것처럼 불편한 날이 있습니다.
오후가 되면 눈이 뻑뻑해지고 충혈되면서 화면까지 흐릿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냥 눈이 좀 피곤한가 보다” 하고 넘기기 쉽지만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안구건조증이 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구건조증은 단순히 눈물이 부족한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눈물이 너무 빨리 마르거나 눈물의 구성에 문제가 생겨 눈 표면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눈물은 있는데 왜 눈이 건조할까요?
눈물은 단순한 물이 아닙니다.
눈 표면에는 수분뿐 아니라 기름 성분과 점액 성분이 섞인 얇은 눈물막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눈물막이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우리가 깜빡일 때마다 눈 표면에 고르게 퍼집니다.
그런데 눈물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거나, 눈꺼풀에 있는 기름샘의 기능이 떨어져 눈물이 너무 빨리 증발하면 눈 표면이 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나오니까 안구건조증은 아니겠지”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눈이 건조한데 오히려 눈물이 줄줄 나는 이유
안구건조증에서 의외로 흔한 것이 눈물입니다.
찬바람을 맞거나 화면을 오래 본 뒤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 표면이 너무 건조하고 자극받으면 몸이 이를 보호하려고 반사적으로 많은 눈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갑자기 나오는 눈물이 눈 표면에 오래 머물면서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눈물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눈물이 흐르는데도 동시에 뻑뻑하고 따갑다는 이상한 느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오래 보면 왜 눈이 뻑뻑해질까요?
업무를 하면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쉬는 시간에는 휴대폰을 보는 생활이 흔합니다.
화면에 집중하면 평소보다 눈을 덜 깜빡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면 눈물이 눈 표면에 다시 퍼질 기회도 줄어들고 그 사이 눈물이 더 빨리 증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전에는 괜찮다가 오후가 되면 눈이 뻑뻑하고 뜨거우며 초점이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화면을 오래 사용한다면 일정한 간격으로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먼 곳을 바라보면서 의식적으로 몇 번 천천히 눈을 깜빡여보세요.
에어컨과 난방 바람을 얼굴에 직접 맞고 있나요?
사무실이나 자동차 안에서 에어컨 바람이 얼굴로 계속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람이 눈 표면을 지나가면 눈물이 더 빠르게 증발할 수 있습니다.
선풍기나 자동차 히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이 자주 건조하다면 바람 방향을 얼굴에서 조금 돌리고, 실내가 지나치게 건조하다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보세요.
야외에서는 바람이 강한 날 선글라스를 이용해 눈에 직접 닿는 바람을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콘택트렌즈를 끼면 유독 오후에 눈이 불편한 이유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안구건조 증상을 더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 착용했을 때는 괜찮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렌즈가 불편해지고 눈이 빨개지거나 렌즈를 빨리 빼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억지로 착용시간을 늘리기보다 눈이 불편할 때는 렌즈를 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인공눈물을 사용할 때도 모든 제품이 콘택트렌즈 착용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제품 설명을 확인하거나 안과·약사에게 문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렌즈를 빼도 통증과 충혈이 계속된다면 안과에서 확인해보세요.
눈꺼풀 가장자리에 기름기가 끼거나 눈곱이 자주 생긴다면?
눈물의 증발을 막아주는 기름 성분은 눈꺼풀 가장자리에 있는 마이봄샘이라는 작은 기름샘에서 나옵니다.
이곳이 막히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눈물이 쉽게 증발하면서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꺼풀 가장자리가 끈적하거나 기름기가 많고, 속눈썹 주변에 눈곱이 자주 생기는 사람이라면 눈꺼풀 상태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따뜻한 찜질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깨끗한 온찜질 도구를 이용해 눈을 감은 상태에서 따뜻하게 해주되 피부가 뜨겁거나 아플 정도로 사용하지 마세요.
인공눈물은 아무거나 자주 넣어도 될까요?
가벼운 안구건조증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것이 인공눈물입니다.
하지만 제품마다 성분과 보존제 사용 여부가 다릅니다.
하루에 여러 차례 자주 사용해야 하는 사람은 보존제가 들어 있는 제품을 반복해서 사용하면 눈이 자극될 수 있어 무보존제 인공눈물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하루에도 계속 인공눈물을 찾게 된다면 제품만 바꿔가며 사용하기보다 안과에서 눈물 부족인지, 눈물 증발이 빠른 것인지 원인을 한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충혈 제거 안약을 인공눈물처럼 쓰고 있지는 않나요?
눈이 빨개지면 약국에서 충혈을 빠르게 줄여주는 안약부터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혈관을 수축시켜 눈을 하얗게 보이게 하는 일부 충혈 제거 안약은 안구건조증 자체를 치료하는 약이 아닙니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눈이 자꾸 빨개지는 원인이 건조함이라면 충혈을 숨기는 것보다 눈 표면이 왜 자극받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까지 계속 마른다면 눈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눈이 건조한 것뿐 아니라 물을 마셔도 입안이 계속 마르고 침이 부족한 느낌이 함께 나타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관절통이나 심한 피로 같은 다른 증상까지 있다면 쇼그렌증후군 같은 자가면역질환도 감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이나 갑상선질환 같은 일부 질환에서도 안구건조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약이나 일부 항우울제, 혈압약처럼 복용 중인 약이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눈이 건조하다고 복용 중인 약을 임의로 끊어서는 안 됩니다.
증상이 심하다면 현재 복용하는 약을 의료진에게 알려주세요.
집에서는 이렇게 바꿔보세요
먼저 하루 중 언제 눈이 가장 불편한지 살펴보세요.
컴퓨터를 몇 시간 사용한 뒤 심해진다면 중간중간 화면을 쉬고 눈을 천천히 깜빡이는 시간을 만듭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얼굴로 직접 온다면 방향을 바꿔주세요.
렌즈 착용 후 불편함이 심하다면 착용시간을 줄이고 안경을 사용하는 시간을 늘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밖에서 바람이 강하거나 햇빛이 강한 날에는 눈 주변을 넓게 가리는 선글라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인공눈물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증상과 사용 횟수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세요.
한 가지를 완벽하게 지키기보다 눈을 계속 건조하게 만드는 환경을 하나씩 줄여가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눈이 건조하면 계속 비벼도 될까요?
뻑뻑하고 가려우면 손으로 눈을 비비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강하게 반복해서 비비면 이미 자극받은 눈 표면을 더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손이 깨끗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을 만지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뭔가 들어간 듯한 느낌이 반복된다면 무작정 문지르지 말고 인공눈물을 사용해보고, 그래도 계속된다면 안과에서 실제 이물질이나 각막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세요.
눈 흰자에 하얀 조직까지 보인다면?
안구건조증은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이 생기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거울을 봤을 때 흰자에서 검은자 방향으로 하얗거나 분홍빛 조직이 자라오는 것처럼 보인다면 단순한 안구건조증과는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장기간의 자외선과 건조하고 바람이 많은 환경은 눈 표면에 생기는 익상편(군날개)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눈에 실제로 조직이 자라오는 모습이 보인다면 인공눈물만 사용하면서 기다리지 말고 안과에서 확인해보세요.
언제 안과에 가야 할까요?
며칠 동안 화면 사용과 건조한 환경을 줄이고 인공눈물을 사용했는데도 눈의 뻑뻑함과 충혈이 계속된다면 안과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이나 운전, 독서를 방해할 정도로 시야가 자주 흐려지는 경우에도 진료가 필요합니다.
안과에서는 눈물의 양뿐 아니라 눈물이 얼마나 빨리 마르는지, 눈꺼풀과 각막 표면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인에 따라 처방 안약이나 눈꺼풀 치료 등 추가적인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심하게 아프거나 잘 안 보인다면 ‘건조해서 그렇겠지’ 하지 마세요
평소 안구건조증이 있더라도 모든 눈 증상을 건조함으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거나 한쪽 눈에 심한 통증이 생기고, 눈부심이 심하거나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충혈되는 경우에는 빠르게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눈을 다쳤거나 화학물질이 들어간 경우 역시 인공눈물을 넣고 기다릴 상황이 아닙니다.
평소와 전혀 다른 통증이나 시력 변화가 나타났다면 원인을 먼저 확인하세요.
눈이 보내는 ‘뻑뻑함’을 그냥 피로라고 넘기지 마세요
안구건조증은 현대인의 생활과 아주 가까운 문제입니다.
오랜 화면 사용, 에어컨과 난방, 콘택트렌즈, 건조한 환경처럼 매일 반복되는 행동이 눈물막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이 건조하다고 무조건 인공눈물만 계속 넣는 것이 해결책은 아닙니다.
언제 눈이 가장 건조해지는지 찾고 그 원인을 하나씩 줄여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눈이 자꾸 뻑뻑하고 모래가 들어간 느낌이 반복된다면 몸이 “조금 쉬어달라”고 보내는 단순한 피로 신호일 수도 있지만, 치료가 필요한 안구건조증일 수도 있습니다.
불편함이 계속된다면 참지 말고 안과에서 눈 표면 상태를 한번 확인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