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앉아 쉬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다시 걸을 만해지는데, 또 몇 분 걷다 보면 같은 증상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산책을 할 때 처음에는 괜찮다가 어느 정도 걷고 나면 엉덩이와 다리가 당기고 저려서 잠시 쉬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오래 못 걷는 건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진 척추관협착증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허리 아래쪽인 L4-L5는 퇴행성 변화와 협착이 흔하게 나타나는 부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MRI에서 L4-L5가 좁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걷는 거리와 다리 저림, 근력 변화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린데 왜 허리가 원인일까?
허리뼈 안쪽에는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디스크가 낮아지거나 튀어나오고, 관절과 인대가 두꺼워지면 이 통로가 점점 좁아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좁아진 공간에서 신경이 압박되면 허리 자체보다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쪽에서 증상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서 있거나 걸을 때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가 앉아서 쉬거나 허리를 약간 앞으로 숙이면 편해지는 증상을 신경성 파행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몇백 미터를 걸은 뒤 증상이 나타나지만, 협착이 심하면 집 앞까지 걷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척추관협착증에서는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허리가 뻐근하면서 엉덩이가 당길 수 있고, 오래 서 있으면 허벅지와 종아리가 저리거나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걸을수록 다리가 아파 잠시 멈춰야 하지만 의자에 앉거나 허리를 조금 숙이면 다시 편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쪽 다리에만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양쪽 다리가 동시에 저릴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발의 감각이 둔해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몇 분 걸으면 아픈가, 얼마나 쉬어야 다시 걸을 수 있는가”입니다.
예전에는 30분을 걸어도 괜찮았는데 이제 5분만 걸어도 쉬어야 한다면 일상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허리를 숙이면 편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척추관협착증이 있는 사람 중에는 카트를 밀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비교적 편한데 똑바로 서서 걸으면 다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허리를 약간 앞으로 굽히면 일부 환자에서는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어지면서 증상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오래 서 있거나 허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에서는 증상이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허리를 구부리고 생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증상을 심하게 만드는 자세를 파악하고, 치료와 운동을 통해 다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늘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MRI에서 L4-L5가 좁다고 하면 바로 수술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MRI에서 협착이 보여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고 근력저하가 없다면 먼저 비수술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MRI상 협착이 아주 심해 보이지 않더라도 조금만 걸으면 다리가 아파 일상생활이 크게 제한된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검사 사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증상과 신경 기능을 함께 판단합니다.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와 운동치료 등을 시행하고 걷는 거리와 증상 변화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에는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기보다 식사 조절과 저충격 운동을 병행하면서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운동은 걷기만 계속하면 될까?
걷기는 좋은 운동이지만 걸을수록 심한 저림과 통증이 생기는 사람에게 무조건 오래 걸으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한 번에 긴 거리를 걷기보다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쉬면서 짧게 나누어 걷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걷기가 너무 힘들다면 실내 자전거나 수중 운동처럼 허리에 비교적 부담이 적고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일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활치료에서는 허리를 무조건 펴는 운동만 반복하기보다 복부와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고 고관절 움직임을 개선하면서 자신에게 편한 보행 자세를 찾는 과정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운동 후 저림과 통증이 크게 증가한다면 무리해서 참고 운동하기보다 강도를 낮추고 의료진이나 재활치료사와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증이 계속되면 어떤 주사나 시술을 받을까?
약물치료와 운동치료를 했는데도 다리 통증과 저림이 심하다면 경막외 주사나 신경근 주사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신경 주변의 염증과 자극을 줄여 통증을 완화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주사 후 통증이 줄어 걷기와 재활운동을 하기 쉬워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치료가 좁아진 척추관 자체를 넓혀주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반복적인 주사치료에도 걷는 거리가 계속 짧아지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히 통증만 조절하기보다 신경 압박을 직접 풀어야 하는지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 수술까지 고려할까?
대부분의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수술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충분한 비수술 치료에도 불구하고 다리 통증과 저림 때문에 일상생활이 크게 제한된다면 수술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산책이나 장보기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몇 분 걷고 계속 쉬어야 하는 경우, 다리 근력이 점점 떨어지는 경우, 보행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 등이 해당할 수 있습니다.
수술의 목적은 단순히 허리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눌린 신경이 지나갈 공간을 확보해 다리 증상과 보행 기능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척추관협착증에서는 어떤 수술을 할까?
대표적인 수술은 요추 감압수술입니다.
신경을 압박하는 뼈나 두꺼워진 인대의 일부를 제거해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을 넓혀주는 방식입니다.
후궁절제술이나 부분 후궁절제술, 추간공을 넓히는 수술 등이 환자의 협착 위치에 따라 시행될 수 있습니다.
L4-L5가 좁아져 있다고 해서 무조건 나사못을 넣는 유합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경 압박만 있고 척추가 안정적이라면 감압만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척추전방전위증이 있거나 L4-L5 부위의 불안정성이 심하고, 감압만 하면 척추가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척추유합술을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어떤 수술이 필요한지는 협착 정도뿐 아니라 척추의 안정성, 환자의 증상과 활동 수준을 함께 보고 결정합니다.
수술하면 바로 오래 걸을 수 있을까?
신경 압박이 풀리면 다리 통증과 저림이 빠르게 좋아지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증상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신경이 눌려 있었다면 저림과 감각 이상, 다리 힘은 천천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수술 전 걷는 양이 크게 줄어 있었던 사람은 신경이 풀려도 하체와 엉덩이 근력이 약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시 걷는 능력을 회복하는 재활 과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수술이 끝났다는 것은 치료의 끝이라기보다 다시 안전하게 움직이는 과정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술 후 재활은 어떻게 시작할까?
감압수술 후에는 상태가 허락하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일어나 걷는 것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30분이나 1시간씩 걷는 것이 아니라 병실이나 집 안에서 짧게 걷고 쉬는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몸 상태를 보면서 매일 조금씩 걷는 시간과 거리를 늘려갑니다.
초기에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반복해서 깊게 숙이고 비트는 행동, 강도가 높은 운동을 피합니다.
상처가 회복되고 의료진이 허용하면 재활치료를 통해 코어와 엉덩이 근육, 하체 근력을 단계적으로 강화합니다.
수술 전 오랫동안 걷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보행훈련과 균형훈련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합술을 함께 했다면 뼈가 안정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압수술만 받은 경우보다 활동과 운동 강도를 천천히 높일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협착증이 있다고 해서 하루 종일 앉아서 쉬는 생활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움직임이 지나치게 줄면 하체 근력과 체력이 떨어져 걷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오래 걷기 힘들다면 짧게 여러 번 나누어 움직이는 습관부터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서서 설거지하거나 요리할 때 다리가 저리면 중간에 잠시 앉아서 쉬고, 장을 볼 때 무거운 물건을 한 번에 들기보다 카트 등을 이용해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바닥의 물건을 들 때는 허리만 숙이지 말고 무릎과 고관절을 함께 사용합니다.
장시간 운전이나 사무직처럼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면 일정 시간마다 자세를 바꾸고 가볍게 움직이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증상이 좋아진 뒤에도 걷기와 하체 근력운동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일상 활동량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기다리지 말고 진료받으세요
척추관협착증은 대부분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모든 경우가 응급상황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평소보다 걷는 거리가 갑자기 크게 줄거나 다리 힘이 빠르게 약해진다면 신경 상태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발목이나 발가락을 움직이는 힘이 떨어지거나 발이 자꾸 끌리는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양쪽 다리의 힘이 갑자기 떨어지고, 허벅지 안쪽이나 회음부 감각이 둔해지거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소변과 대변을 조절하기 어려워진다면 심한 신경 압박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응급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신호입니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가 얼마나 아픈지만으로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얼마나 오래 서 있을 수 있는지, 얼마나 걸으면 다리가 저리기 시작하는지, 쉬고 나면 다시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운동, 생활습관 조절로 증상을 관리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주사치료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걷는 거리가 계속 짧아지고 근력저하가 진행되면서 일상생활이 크게 제한된다면 감압수술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수술 후에도 걷기와 재활운동을 단계적으로 이어가면서 하체와 코어 근육을 회복하고, 오래 같은 자세로 생활하는 습관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치료의 목표는 MRI에서 좁아진 공간만 넓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편하게 서고 걷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